이자 - 외편 - 2 - 나생문(羅生門)

2024. 6. 11. 19:53이자 이야기/외편(外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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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自序

 

일본에 나생문(羅生門)이라는 영화가 있다.일본어로는 '라쇼몽'이라고 읽는다. 어떤 사건은, 그 사건을 목격하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게 인식되므로, 그 사실에 대한 진실을 확정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다. 예전에 양파를 소재로, 이 주제에 대해 썼던 글이 있다. 이 번에는 그 글을 한문으로 거꾸로 번역해 보았다. 이 글에 나오는 '강아지'는, 내가 지금 기르고 있는 새까만 고양이가 아니다. 예전에 양파와 함께 본가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 때 기르던 강아지를 나는 '강아지'라고 불렀다. 집에서는 '뽀미'라고 불렀던 것 같다. 이 강아지는 이미 죽었다.

 

 

 

李子及鄭子及小鄭子相與遊與孃破. 皆喜然樂乎, 忽然破琉音鄕于室外, 而李子深驚而叱曰,

이자와 정자, 소정자가 함께 모여 양파와 놀고 있었다. 모두가 모여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으니, 갑자기 방 밖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이자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烏乎, 擧皆在於此, 然而孰奚破乎?”

“아니, 모두가 여기 있는데 누가 무엇을 깼다는 것인가?”

 

而鄭子對李子曰,

그러자 정자가 이자에게 말했다.

 

“女坐於門前, 則不得察後. 正向, 孃破出而急然走乎內, 而明然孃破指觚而破之焉!”

“그대가 문 앞에 문을 등지고 앉아 있으니 그대의 뒤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양파가 방금 방 밖으로 나갔다가 급히 뛰어 들어왔도다. 양파가 잔을 밀어 깨뜨린 것이 분명하다!”

 

乃, 李子自反而視之, 而孃破回其尾而正坐, 如求肉饌乎狀, 其象確乎而無一斃焉. 而李子復問於鄭子曰,

이에 이자가 뒤를 보았으나 양파가 꼬리를 말고 正坐하였으니, 밥상 앞에서 고기 반찬을 구하는 뻔뻔스러운 모습과 같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이자가 정자에게 반문하였다.

 

“回以察之, 而孃破回其尾, 不若之來而端端然也. 旣孃破被擊以欲破出力機械, 又豈復行所同悖乎?”

“고개를 돌려 양파를 보니 양파가 꼬리를 말고 있는 것이 어디를 다녀 와 급하게 숨을 헐떡이는 것 같지 않도다. 양파가 모니터를 부수려다 내게 두들겨 맞았거늘, 또 같은 짓을 반복했겠는가?”

 

鄭子責之於此曰,

이를 두고 정자가 이자를 질책했다.

 

“夫, 貓不若人類, 其辵謹然而不能感其氣, 其行快然而不見捉也. 其主人寐, 則上而肯殺之, 而其主人覺, 則泰而嬌然, 辟被打也. 竊食而不顯, 卓文而不作單詩乎人. 孃破雖留四年於女家, 然而, 曩欺若以復求餐邪? 而奚信之而疑而久友乎? 觀其目也. 其深若含參羅萬像乎? 天地之擧僞含於彼焉!”

“대저, 사람과 달리 고양이들은 사뿐사뿐 다녀 기척이 느껴지지 않고, 몸 놀림이 날쌔 잡히지 않는다. 주인이 잠들면 가슴 위에 올라가 주인을 눌러 죽이려 하다가도 주인이 깨면 능청을 떨며 애교를 부려 주인에게 맞지 않는다. 밥을 훔쳐 먹으면서도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문장의 귀재들이지만 사람 앞에선 시 한 수도 짓지 않는다. 양파가 그대의 집에 산 지 어언 4년째인 것을, 얼마 전에는 밥을 더 달라고 거짓말까지 하지 않았던가? 어이 그대는 오랜 친구를 두고 그대의 고양이를 믿는가? 그대는 양파의 눈을 보라. 삼라만상이 다 들어 있는 듯 깊지 않은가? 세상의 온갖 거짓말들이 저기에 들어 있도다!”

 

乃, 小鄭子鬱然憤然, 而至於之外而察之也.

그러자 소정자가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여 밖으로 나가 확인하고 오기에 이르렀다.

 

“如而觀之, 瑠觚破於狀下也. 然, 惟之, 向吾入此, 旣觚立於端, 而其象危然如落以開閉之微風. 而適大廳之窓開, 是以風入而觚破邪?”

“내가 나가 보니 식탁 아래에 유리잔이 깨져 있도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아까 내가 들어올 때 그 잔은 식탁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어 문을 여닫는 바람에도 흔들려 떨어질 것 같았도다. 그런데 마침 거실의 창문이 열려 있으니, 이로써 바람이 들어와 잔을 깬 것이 아니겠는가?”

 

若此, 李子鄭子及小鄭子, 相擊相禦, 亂雜爭鬪, 孃破寂然入乎狀之下而不復出也. 乃, 李子歎之曰,

이렇게 이자와 정자, 소정자가 치고 받으며 싸우고 있으니 양파가 슬그머니 침대 밑으로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이자가 탄식하였다.

 

“只一觚破, 而皆異論之也. 觚破是也, 而不得知何如. 孃破指之, 抑魂魄指之, 抑風氣指之, 吾儕不知誰是, 而奚故以與爭乎? 天知之, 地知之, 而吾儕不知, 而當之而掃之也.”

“고작 잔 하나가 깨졌을 뿐인데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구나. 잔이 깨진 것은 사실이되, 잔이 어떻게 깨졌는지는 알 길이 없도다. 양파가 밀어서 잔을 떨어뜨렸는지, 귀신이 잔을 밀어 떨어뜨렸는지, 바람이 잔을 밀어 떨어뜨렸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거늘, 왜 이렇게 싸우고 있는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겠지만, 우리는 모른다. 나가서 유리나 치워야겠다.”

 

乃, 鄭子及小鄭子蹙然而提孃破以與遊, 然而唯伏强亞知知孃破走而擊狀以破觚者也. 後日, 强亞知吠孃破, 其若弄孃破曰, “實, 李子之室門, 非羅生門邪?”

이에 정자와 소정자가 내심 부끄러워하여 양파를 끌어내 놀아 주니, 양파가 뛰어 놀다가 식탁을 건드려 잔이 떨어져 깨졌음은 거실 자기 집에 엎드려 모든 것을 보고 있던 강아지만이 알았다. 후일에 강아지가 양파에게 멍멍거리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사실 이자의 방문은 나생문이 아닌가?”하고 놀리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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