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3. 23:22ㆍ이자 이야기/외편(外篇)
** 自序
경주에 놀러 갔다가, 양파와 초코를 소재로 글을 지어 보았다. 백제는 무왕 시기부터 의자왕 때에 이르기까지 신라를 맹렬하게 공격하여, 압량주, 즉 지금의 경산 부근까지 밀어 붙였다. 이 백제군을 막은 사람이 바로 김유신이다. 김유신은 압량의 군주로 취임하고, 백제군을 막는 데 성공했다. 경산에서 조금 더 가면 경주, 즉 서라벌이니, 이 때 신라의 운명이 얼마나 지척에 이르렀는지 알 만하다. 나중에 김유신은 당군과 연합해 백제를 공격했고, 5만 명을 이끌고 서진하여 황산벌에서 계백의 결사대를 깨 부수었으며, 마침내 당군에게 군량을 보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점이 글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第二次黃山之原戰
제 2차 황산벌 전투
孃破與蜀虎遊於慶州.
양파가 초코와 경주에 놀러 갔다.
● [亡亡] 慶州, 新羅之古都也. 其有巨墳, 其數頗多. 或曰, 新羅之祖匈奴也, 愚以實也.
멍멍이 주 : 경주는 신라의 옛 도읍이다. 경주에는 큰 묘지들이 있는데, 그 수가 자못 많다. 어떤 사람은 신라의 선조가 흉노라고 하였는데, 내 생각에는 진짜 같다.
● [强亞地] 亡氏, 非也. 按, 三國史記謂新羅人固朝鮮人也.
강아지 주 : 멍멍이는 틀렸다. 살펴 보건대, 《三國史記》에서는 신라인들이 원래 조선 사람이라고 하였다.
孃破曰,
양파가 말하였다.
“亦千年之古都矣. 莊重之墳示若高邱而新羅之人猶爲墳如此之麗, 則百濟之輩不能勝任之邪?”
“역시 천년의 고도로구나. 장중한 무덤은 높은 언덕처럼 보이도다. 신라인들은 무덤조차도 이렇듯 아름답게 지었구나. 그러니 백제놈들이 신라를 이길 수가 없었지 않았겠느냐.”
● [亡亡] 麗, 美也.
멍멍이 주 : 麗는 아름답다는 뜻이다.
而翔翔然登之而走, 其樣若追亡亡. 乃蜀虎怒曰,
그러면서 날듯이 고분에 올라가 뛰어다녔는데, 그 꼴이 멍멍이를 쫓아다니는 모습과 같았다. 이에 초코가 빡쳐서 말했다.
● [强亞地] 翔翔然者, 飛上之貌也. 莊子齊物論曰, 栩栩然胡蝶也, 是栩栩然亦飛上之貌, 翔翔然之誤耳. 說見莊子內篇孃注齊物論.
강아지 주 : 翔翔然은 날아 오르는 모습이다. 《莊子》 「齊物論」에 ‘栩栩한 나비였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栩栩然 역시 날아 오르는 모습을 뜻하며, 翔翔然이 잘못된 표현일 뿐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莊子內篇孃注》 「齊物論」에 나온다.
“孃破不知禮法也. 奚知禮法者登墳墓乎? 李朝之士不肯登埃及之古墳, 是爲其士知三禮之本旨也. 若然者何非辯史跡乎? 必唯自爲讀之考之分之論之叫之以屈對而自足爲知也.”
“양파는 예법을 모르는구나. 예법을 아는 놈이 어떻게 무덤에 오를 수 있겠는가? 이조의 선비들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오르지 않았다. 그랬던 까닭은 그 선비들이 삼례의 본 뜻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런 놈이 어찌 사적을 비판할 수가 있겠느냐? 분명 오직 자기 만족만을 위해 사료를 읽고, 생각하며, 분석하고, 따지며, 꽥꽥거리면서 상대를 굴종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러면서 스스로 만족하고 남에게 똑똑한 척이나 해 댈 것이다.”
● [亡亡] 奚, 何也. 埃及者, 野蠻之國名也, 在泰西之東端. 三禮, 周禮, 儀禮, 禮記也. 自足爲知之爲, 佯爲也.
멍멍이 주 : 奚는 의문사다. 埃及은 야만적인 나라의 이름으로, 서양 세계의 동쪽 끝에 있다.三禮란, 《周禮》, 《儀禮》, 《禮記》다. 自足爲知의 爲는 거짓으로 한다는 뜻이다.
● [强亞地] 是爲其士之爲, 于僞反. 辯, 與辨同, 二字通.
강아지 주 : 是爲其士의 爲는 于와 僞의 반절로 읽는다. 辯은 辨과 같다. 두 글자는 통용되었다.
孃破大憤曰,
“양파가 크게 빡쳐서 말했다.”
● [亡亡] 憤, 怒也.
멍멍이 주 : 憤은 화나다는 뜻이다.
“好! 然則嘗試辨之. 淺之百殘以犬爲狗說矣. 是機緘百殘之汚口也.”
“좋다! 그렇다면 누가 맞는지 가려 보자. 천박한 백잔놈이 개의 꼴을 하고 개소리를 하고 있도다. 이번 기회에 백잔의 더러운 입을 닫아 버리겠다.”
● [亡亡] 百殘謂百濟, 是百濟之蔑稱也.
멍멍이 주 : 百殘은 百濟를 이른다. 이는 백제에 대한 멸칭이다.
焉孃破召强亞地與亡亡與辰韓諸郡長之諸貓, 而總五萬餘貓集於鷄林也. 孃破自爲將而遷軍於押梁而又自爲押梁軍主, 乃慶山市廳之諸員爲其威慄戰.
이에 양파가 강아지와 멍멍이, 그리고 진한 군장들의 고양이들을 소집했으니, 총 5만여 마리가 계림에 모였다. 양파는 스스로 장군이 되어 군대를 압량으로 옮기고, 또 스스로 압량의 군주가 되었으니, 그 위세 때문에 경산시청 직원들이 벌벌 떨었다.
● [亡亡] 焉, 猶乃也. 召, 召集也. 鷄林, 味之府也. 孃破嗜鷄, 是以集於鷄林也. 押梁軍主者, 新羅將軍金庾信之職也. 方孃破伐蜀虎, 願效之, 乃稱之.
멍멍이 주 : 焉은 乃와 같다. 召는 소집하다는 뜻이다. 鷄林은 간식 창고다. 孃破가 닭고기를 좋아했으므로, 그래서 계림에 모인 것이다. 押梁軍主는 신라 장군 김유신의 직책이었다. 孃破가 초코를 정벌할 때, 김유신을 본받으려 했으므로, 그래서 압량군주라고 칭한 것이다.
● [强亞地] 鷄林者, 慶州之古名也, 非味之府也. 亡氏之說, 無以解之怪言也. 爲其威慄戰之爲, 于僞反.
강아지 주 : 鷄林은 경주의 옛 이름이지, 간식 창고가 아니다. 멍멍이의 주석은 이해할 수 없는 괴설이다. 爲其威慄戰의 爲는 于와 僞의 반절로 읽는다.
孃破曰,
양파가 말했다.
“又一破百殘乎黃山之原以使蜀虎含銜而令之不得言僭然來!”
“백잔놈들을 황산벌에서 다시 깨 부수고, 초코에게 재갈을 물려, 다시는 참람되게 지껄이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자!”
● [亡亡] 銜者, 馬牛內口之具, 使之不言者.
멍멍이 주 : 銜은 말이나 소에 대해, 입 안에 집어 넣는 도구로, 말이나 소가 소리를 낼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蜀虎將反而解遺棄犬保護所以得五千之決死也.
한편 초코는 되돌아 가, 유기견보호소를 해방하고, 결사대 5천 마리를 얻었다.
● [亡亡] 遺棄犬, 於主人爲棄之犬也. 或曰, 不善犬者不棄, 唯善犬者棄之.
멍멍이 주 : 遺棄犬은 주인에게 버려진 개다. 어떤 사람은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개를] 버리지 않는다. 오직 개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개를 버린다”라고 하였다.
● [强亞地] 痛哉或說乎. 今者, 遺棄之貓亦多, 尤恨矣.
강아지 주 : 혹자의 설은 안타깝도다. 요즘은 버려진 고양이들 역시 많으니, 더욱 원망스럽도다.
蜀虎曰,
초코가 말했다.
“保護所之追擊卽至於此, 則若此若彼, 吾子不能回生, 則持決死之心, 防新羅之儕以全百濟而雪階伯之寃!”
“곧 보호소의 추격자들이 여기까지 올 것이다. 그러니 이러든 저러든 너희들은 다시 살아 날 수가 없다. 그러한 즉, 죽음을 각오하고 신라놈들을 막아 내 백제를 보전하고, 계백의 원통한 마음을 갚아 주자!”
● [亡亡] 若, 猶汝也. 階伯, 百濟之將, 抗金庾信於黃山之原.
멍멍이 주 : 若은 너라는 말과 같다. 階伯은 百濟의 장군이다. 황산벌에서 김유신에게 대항하였다.
● [强亞地] 亡氏之說, 非也. 若此若彼之若, 或也. 其說見王氏引之之經傳釋詞.
강아지 주 : 멍멍이의 설은 틀렸다. 若此若彼의 若은 或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王引之의 《經傳釋詞》에 나온다.
乃兩軍突於黃山之原也. 蜀虎軍少而善鬪以死, 而孃破之大軍不能破之. 孃破軍之士氣漸絶落, 乃孃破肯效盤屈官昌之古事, 故使强亞地及亡亡獨突於蜀虎之陣, 而强亞地及亡亡大驚失色而奔忙而已.
이에 양군이 황산벌에서 격돌하였다. 초코군은 적었으나, 죽음을 각오하고 잘 싸웠으니, 양파의 대군은 초코군을 깨뜨리지 못했다. 양파군의 사기는 점점 떨어졌다. 이에 양파는 반굴과 관창의 고사를 본받으려 하였다. 강아지와 멍멍이에게 홀로 초코의 진으로 돌격하게 하였는데, 강아지와 멍멍이는 크게 놀라 낯빛조차 가다듬지 못하고 도망가고 말았다.
孃破曰,
양파가 말했다.
“惡, 我失之! 彼唯雄於食矣!”
“아아, 내가 잘못하고 말았다. 저 놈들은 밥 먹을 때만 용맹한데 말이다!”
● [亡亡] 雄, 猛也.
멍멍이 주 : 雄은 용맹하다는 뜻이다.
遂孃破大敗而貓貓散散, 蜀虎突入於新羅而掠奪鷄林若甄萱也. 新羅諸貓待王氏之救而是人不濟焉.
마침내 양파는 대패하였고, 고양이들은 모두 흩어지고 말았다. 초코는 신라로 들어가, 견훤처럼 계림을 약탈하였다. 신라 고양이들은 왕씨가 도와 주기를 바랬지만, 누구도 구제해 주지 않았다.
● [亡亡] 甄萱者, 後百濟之梟雄也. 殺景哀王, 掠奪慶州, 擊破王建.
멍멍이 주 : 견훤은 후백제의 효웅이다. 경애왕을 죽이고, 경주를 약탈했으며, 왕건을 격파하였다.
● [强亞地] 亡氏曰殺景哀王. 按, 蓋欲謂殺其君則用弑字, 非殺字也. 而甄萱已後百濟之王, 故等乎景哀王, 是以用殺字.
강아지 주 : 멍멍이는 殺景哀王이라고 하였다. 생각해 보건대, 대개 자기 군주를 죽였다고 표현하려 할 때에는 弑를 쓰지, 殺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견훤은 이미 후백제의 왕이었으므로, 경애왕과 동등하였다. 이러한 까닭에 殺을 사용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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