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9. 01:07ㆍ이자 이야기/외편(外篇)
** 자서 自序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동화가 있다. 양파를 주인공으로 하여서 이 동화 내용을 각색해 보았다. 양파는 본래 왜관의 도둑고양이 출신으로, 처음에는 한 끗발 날렸다. 지금은 늙어서 얌전해졌지만 말이다. 예전에, 그랬던 양파의 모습을 생각하며서 글을 썼었는데, 이 번에 한문으로 옮겼다.
是事發於虎行勒貝格積分也. 於外金剛之北腰, 有貓也, 其名乭乭也. 乭乭之軀雖悉黑而獨在乎森中, 而手樹而賣之以享其命也. 其身之表墨然而其身之裏皓然, 然而未嘗見是雌, 而察貊心之威然北雌貓以自爲也. 日, 乭乭手樹以爪, 忽姦乭喘喘而叫于乭乭曰,
호랑이가 르벡 적분하던 시절의 일이다. 외금강 북쪽 기슭에 돌돌이라는 고양이가 살았다. 돌돌이는 온몸이 새까만 고양이였으니, 산 속에 홀로 살면서 나무를 해다 팔며 연명하였다. 돌돌이가 겉은 새까맸지만 마음은 맑고 깨끗하였으니, 살면서 암컷 고양이라고는 본 적이 없었으므로, 늘 《맥심》에 실린 늠름한 북쪽 고양이들을 보며 마음을 달래곤 하였다. 하루는 돌돌이가 굴 앞에서 발톱으로 나무를 하고 있으니, 갑자기 뒤에서 깐돌이가 헉헉거리며 돌돌이에게 소리쳤다.
“對洞之乭釗欲殺我也, 願救濟我來!”
“건너편 산 사는 돌쇠乭釗가 나를 잡아 죽이려 한다. 나를 좀 살려 달라!”
乃, 乭乭匿之以入于口. 即, 內金剛之貓乭釗迫而詰問於乭乭曰,
그러자 돌돌이가 입 속에 깐돌이를 넣어 숨겨 주었다. 곧 내금강에 사는 고양이인 돌쇠가 들이닥쳐 돌돌이를 다그쳤다.
“我求鼠姦乭, 其不來乎?”
“깐돌이라는 쥐를 찾고 있다! 이리 오지 않았더냐?”
然, 乭乭不可開口而對, 而搖頤而指他向, 乭釗怒而叫, 往乎其向而不復復也. 畢竟姦乭出而咭咭然曰,
차마 입을 열 수 없으므로, 돌돌이가 고개를 도리도리하며 콧잔등으로 애먼 방향을 알려 주니, 돌쇠가 캬웅거리며 저 멀리 깐돌이를 찾으러 가 버렸다. 마침내 깐돌이가 나와 찍찍거렸다.
“我嘗誘之以同買飼料會社之株式, 然該會社毁亡而殄失財産. 是故, 乭釗卒亡失其財寶而不能婚, 乃殺然索我也. 爲而, 吾得保持身乎! 曩實, 爲錯誤若見呑, 戰慄也.”
“내가 돌쇠를 꼬드겨 사료 회사의 주식을 샀거늘, 부도가 나 전재산을 잃고 말았도다. 그리하여 돌쇠가 장가가려던 밑천을 다 잃어 나를 죽일 듯 찾고 있노라. 내 그대 덕분에 살았구나. 사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줄 알고 노심초사하였느니라.”
乭乭不信姦乭, 而願送之而復手樹也. 而姦乭復咭咭然曰,
돌돌이는 깐돌이가 못 미더웠지만 이제 깐돌이를 보내고 다시 나무를 하려 하였다. 그러자 다시 깐돌이가 찍찍거렸다.
“而乎, 而救濟予, 則予亦當報之乎? 之于海, 有地和雜與海巖, 其名曰海金剛也. 每朞年, 諸雌貓降, 洗濯其毛而復上, 該諸貓皆事神仙李子也. 適, 今日之夜該日也. 擧仙貓縣繫佩飾者於尾, 其形若翼, 然, 無之則不得上天. 然則, 若擇差美貓, 竊其佩飾而隱藏之, 則豈言女之婚若𠄔哉!”
“그대여, 그대가 나를 살려 주었으니, 나도 그대에게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저 멀리 바다 쪽으로 나아가면 바위와 바다가 어우러진 해금강이라는 곳이 있도다. 해금강엔 1년마다 하늘에서 이자란 신선을 섬기는 암고양이들이 내려와 털을 빨고 올라간다. 마침 오늘 밤이 고양이들이 내려 올 때이다. 선묘들은 꼬리에 날개 비슷한 장식을 달고 다니니, 이 장식이 없으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리라. 그대가 마음에 드는 고양이의 장식을 훔쳐 간직한다면, 어찌 장가가는 것을 환상이라 하겠는가?”
而淫乎咭咭然而反. 乃, 乭乭信之而止手, 往乎海金剛而俟諸仙貓之降下也. 既, 滿月怠然中南, 於焉則諸雌貓降於天界而洗濯其毛也. 而有一貓, 其毛則黑與褐與白之三色, 其眉則津然而嬌然. 乭乭好之, 畢竊其貓之佩飾也. 既, 諸仙貓終其粧而欲上天, 而惟其貓之佩飾不見, 諸仙貓共論而議之. 或貓問曰,
그러며 음흉하게 찍찍거리며 깐돌이가 돌아가니, 돌돌이가 이에 솔깃하여 나무를 멈추고 해금강에 가 선묘들을 기다렸다. 해가 산 뒤로 넘어가고, 마침내 보름달이 중천에 귀찮은 듯 머무르자, 어느새 하늘에서 암고양이들이 날아 내려와 털을 빨았다. 그 중 검정색, 갈색, 흰색이 잘 섞인 아이라인이 진한 고양이가 돌돌이의 마음에 가장 드니, 마침내 돌돌이가 그 고양이가 벗어 놓은 날개 장식을 훔쳐 숨겨 두고 말았다. 이윽고 선묘들이 몸단장을 다 하고 하늘로 올라가려 하니, 마침 그 고양이의 장식만이 없는지라, 선묘들이 모여 이 일을 상의하였다. 어느 고양이가 물었다.
“忽, 孃破之佩飾獨亡失, 何如?”
“난데없이 양파의 장식만이 없어졌으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孃破威然叫而以前足打水曰,
양파가 위풍당당하게 캬웅거리며 앞발로 물을 탁탁 쳤다.
“自初, 未嘗亡翼. 而至此, 忽我之佩飾獨亡, 乘于天乎, 抑, 乖于地乎? 此必奸邪之雄貓之略也. 猶李子以翼不弄我, 何驕慢不遜之者與肯爭? 爭與李子之前足以索而刑之!”
“내 지금까지 땅과 하늘을 오가며, 날개 장식을 잃은 적이 한 번도 없었도다. 오늘에야 이르러 갑자기 나의 것만 없어졌으니, 땅으로 꺼졌겠는가, 하늘로 솟았겠는가? 필시 이는 간교한 숫고양이의 책략일 것이다. 이자조차 내게 날개를 가지고 장난친 적이 없거늘, 어느 건방진 놈이 내게 싸움을 거는가? 내 이자와 겨루던 이 앞발로 그 고양이를 찾아 벌하리라!”
終, 孃破使諸仙貓以索乭乭, 乃乭乭被打擊於孃破以近斃, 而反授佩飾也.
마침내 양파가 선묘들을 풀어 돌돌이를 찾았으니, 돌돌이는 양파에게 죽기 직전까지 앞발로 두들겨 맞고 날개 장식을 토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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