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1. 12:50ㆍ이자 이야기/외편(外篇)
** 自序
여자친구가 한문을 배우는데, 그 친우들과 모여 글을 발표하면서 놀기로 했다고 하였다. 본래 시문을 발표한다고 했으나, 나는 시문에 대해 몰라, 대신 공부할 겸, 발표하라고 산문을 한 편 써 주었다. 소재는 내가 기르는 고양이인 '멍멍이'와, 여자친구가 기르는 개인 '초코'다. 이 글에 나와 있는 멍멍이와 초코의 성격은 실제 성격과 같지 않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본래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지라, 이 글을 발표하지 않고 말았다.
昔者有犬, 其名蜀虎, 長略三寸, 廣不過尺, 然, 叫大於人, 猛狂於狼, 擧皆慄懼. 生乎金浦, 而, 好事多魔, 遷乎全州, 入柳氏室. 柳氏愛之, 深於財寶, 乃, 蜀虎尤驕, 眼下無物.
옛날에 개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초코였다. 신장은 세 마디가 되지 않고, [몸의] 너비도 한 자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짖는 소리는 사람 보다 크고, 용맹하기는 승냥이 보다 심하였으니, 누구나 [초코를] 두려워하였다. 김포에서 태어났는데, 일이 많아서, 전주로 옮겨, 유씨의 집에 들어가 살았다. 유씨들은 초코를 아꼈는데, [그 정도가] 돈이나 보물 보다도 더하였다. 이에 초코는 더욱 교만해져서, 자기가 최고인 줄 알았다.
蜀虎曰, 天上天下, 唯我獨尊, 佛氏迂說 而 誠合我哉. 昔者, 曾參三省, 奚必然乎?
초코가 말했다. “하늘 위, 하늘 아래에 오직 나만이 존귀하도다. 이는 땡중놈들의 헛소리이지만, 그래도 진정 내게는 꼭 맞도다. 옛날에 증삼이가 세 번 반성했다고 하는데, 반성할 필요가 무엇 있겠는가.”
而 常柳愛之, 虎不顧身.
그러나 유씨들이 언제나 초코를 아꼈으므로, 초코는 자신을 반성하지 않았다.
又有野貓, 其名亡亡, 寄乎李氏. 亡亡敏活, 妖而恒懷恐, 但食惟勇, 專心一氣, 是無佗故, 幾近於彘.
그런데, 또 도둑고양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멍멍이였다. 이씨에게 의존해서 살았다. 멍멍이는 똑똑하였고, 예뻤지만, 언제나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다만, 먹을 때만은 용맹하였으니, 마음과 정신을 집중하였다. 여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멍멍이가] 돼지에 거의 가까웠기 때문이다.
李氏平之曰, 何貓貪哉, 惡猫寒哉.
이씨가 멍멍이를 평하였다. “무슨 고양이가 이렇게 탐욕스럽단 말인가, 무슨 고양이가 저렇게 한심하단 말인가.”
而 打胸擊首, 非之惡之.
그리고는 가슴을 치고, 머리를 때리며, 멍멍이를 비난하고, 미워하였다.
日蜀亡之, 路上相接. 蜀亡相與, 光眼賤之, 直耳滅之, 開口凶之, 先頭批之.
하루는 초코와 멍멍이가 걷다가, 길에서 함께 만났다. 초코와 멍멍이는 함께, 눈을 빛내며 서로를 깔보았으며, 귀를 쫑긋 세우고 경멸하였고, 주둥이를 벌리고 흉보았으며, 대가리를 들이밀며 밀쳐 냈다.
蜀虎怒曰, 上自高天, 下至黑鬼, 物無不隆, 惡但女不?
초코가 빡쳐서 말했다. “위로는 높은 하늘에서부터, 아래로는 흑인놈들에 이르기까지, 만물이 [나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없는데, 어찌 다만 너만 그리하지 않겠느냐.”
亡亡對曰, 天尸萬物, 地形萬象, 而先天地, 惟我在上. 於世, 莫幽若我, 莫薄若而, 其相適鬪, 寧殘如火?
멍멍이가 대답했다. “하늘은 만물을 관장하고, 땅은 만물의 모습을 이루어 주었다. 그런데 천지 보다 앞서, 오직 나만이 그 위에 있도다. 세상에, 나 보다 속이 깊은 고양이는 없고, 너처럼 천박한 개는 없도다. [그러니] 아마도 싸우기 보다는, 차라리 불씨처럼 사그라드는 편이 어떻겠느냐?”
從是, 蜀亡相對. 蜀虎誦墨, 行如墨翟, 前面節用, 使亡憤慍. 亡亡誦儒, 行若孟軻, 說訛主闊, 卑虎鬱慷.
이 때부터, 초코와 멍멍이는 서로 싸웠다. 초코는 묵가의 말을 읊고, 묵적처럼 행동하면서, [멍멍이의] 면전에서 궁상을 떨었으니, 이 때문에 멍멍이는 빡쳤다. 멍멍이는 유가의 말을 읊고, 맹가처럼 행동하면서, 헛소리나 해 댔으니, 이 때문에 초코는 울분에 절규하고 말았다.
然而, 終 柳李負之, 罰而刑之, 乃 蜀亡緘口, 相與叱猜. 而, 本二物同, 心狹知淺, 疾忘無思, 唯力專食, 若無事焉.
그러나 마지막엔, 유씨와 이씨가 초코와 멍멍이를 안고, 벌을 주고, 혼을 냈다. 그리하여 초코와 멍멍이는 주둥이를 다물고, 서로 욕하면서 흘겨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둘의 수준은 근본적으로 똑같았다. 심려는 좁고, 식견은 얕았다. 그래서 [그 사건을] 빠르게 잊고, 마음에 담아 두지 못했다. 오직 힘껏 먹는 데에 전력을 다하였으니,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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