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 - 번외편 - 어제소학서(이덕성)

2025. 2. 23. 23:57잡서/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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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서를 읽을 때는 아무 주석(특히 철학적 의미에 관한 주석)도 읽지 않고 원문 또는 번역문을 읽어 보길 추천드립니다. 저자의 의도도 있고, 주석자의 의도도 있겠으나,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느낌과 의견입니다. 아무 의견도 없이 남의 주석을 읽으면 그것은 주석자의 생각으로 자기 생각을 덧씌우는 것밖에 안 됩니다. 먼저 스스로 이해해 보길 추천드립니다.

 

* 《小學》은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했습니다. 공부하시는 데 참고하실 수는 있지만, 번역 결과를 무단으로 이용하실 수는 없습니다. 번역에 참고한 서적을 제가 밝혔듯이, 이 글의 내용을 참고해서 사용하실 때는 그 출처인 이 블로그를 반드시 밝히셔야 합니다.

 

* 원문은 학민문화사에서 나온 영인본을 참고하기도 하고, 또 동양고전종합DB에 업로드되어 있는 글을 참고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현토는 뺐습니다.

 

* 《小學》은 朱熹와 劉子澄이 여러 글들을 짜깁기하여 만든 책입니다. 필요할 때는 그 글의 원전에 대한 주석을 참고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한 만큼, 주석을 달 때 《莊子》나 《荀子》에서처럼 복잡한 방식은 가급적 피했습니다.

 

* 《小學》에는 여러 사람이 주석을 달았습니다. 何士信이 《小學集成》을, 吳訥이 《小學集解》를, 陳祚가 《小學集解正誤》를, 陳選이 《小學增註》를, 程愈가 《小學集說》을 지었습니다. 모두 明代 학자들입니다. 朝鮮의 李珥는 이 책들을 참고하여 《小學諸家集註》를 저술했습니다. 《小學諸家集註》에는 상기된 주석서들의 내용과, 李珥 본인의 의견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본 번역에서는 이 《小學諸家集註》를 번역합니다.

 

* 《괄호》는 책이나 문집 이름을 뜻합니다. 《논어》, 《장자》, 《순자》, 《한비자》, 《문선》처럼 사용하였습니다. 다른 판본을 표기할 때도 《괄호》를 사용하였습니다. 《足利本》처럼 표기하였습니다. 「괄호」는 단편 산문이나 시, 편 이름을 뜻합니다. 「학이」, 「위정」, 「벽옹」, 「子虛賦」처럼 표기하였습니다. ≪괄호≫는 옛날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표기할 수 없는 한자를 쓸 때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信이라면 ≪亻言≫처럼 표기했습니다.

 

* 《小學》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유형주와 상의한 것이 아주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잘 읽으셨다면, 혹은 유익하다면 공감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로그인 안 해도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2025년 2월 23일에 처음 작성되었습니다.

 

 

〈御製小學序〉, 李德成

 

 

小學/何爲而作也

《小學》은 무엇을 위하여 지었을까.

 

 

古之人/生甫八歲/必受是書/卽三代敎人之法也

옛 사람들은 태어나서 갓 여덟 살이 되면, 꼭 이 책을 배웠으니, [이는] 곧 삼대 때 사람을 가르치던 방법이었다.

** 甫 : ‘갓’, ‘막’이라는 뜻이다.

 

 

自嬴秦坑焚以來/經籍蕩殘/存者幾希//此新安朱夫子之所以愾然乎世敎之陵弛/輯舊聞而牖來學者也

영진 때 유생들을 파묻고, 책을 태운 이래로부터, 경서들은 소실되어,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게 되었다. 이에 신안의 주 선생이 세상의 교육이 해이해진 꼴에 분개하여, 예로부터 배운 말들을 모아서 후학자들을 깨우쳤도다.

** 嬴秦 : 통일한 秦나라를 이른다. 嬴은 秦나라의 國姓이다.

** 牖 : ‘깨우치다’는 말이다.

 

 

嗚呼/是書也/規模節次粲然備具/有內外之分/有本末之序//曰立敎/曰明倫/曰敬身/玆三者/內也/本也//次言稽古/所以摭往行而證之也//曰嘉言/曰善行/玆二者/外也/末也

아아, 이 책은 형식과 절차를 정갈하게 갖추고 있으니, 내외의 내용이 나뉘어 있고, 본말의 순서가 구분되어 있도다. 「立敎」, 「明倫」, 「敬身」이 있는데, 이 세 편은 안이요, 뿌리와 같은 내용이다. 그 다음 내용인 「稽古」는 옛 사람들의 행적을 모아서 증명한 글이다. 「嘉言」, 「善行」이 있는데, 이 두 편은 바깥이요, 가지와 같은 내용이다.

** 摭 : ‘모으다’는 말이다.

 

 

果能於斯三者/沈潛反覆/驗之于身/則二者/不過推廣而實之而已/譬如綱擧則目張/根培則支達

진정 이 세 가지 편을 잘 익혀서, 깊이 파고 들고, 다시 읽으며, 의미를 몸에 새긴다면, 두 가지 편은 [세 편의 내용에서] 확장하여 실증할 수 있는 바에 불과할 것이니, 비유하자면 벼리를 들면 그물코가 펼쳐지고, 뿌리가 성장하면 가지도 잘 자라게 되는 이치와 같다.

** 綱 : ‘벼리’다.

** 目 : ‘그물코’다.

 

 

此正小子入道之初程/蒙養之聖功/豈易言哉

이것이야말로 바로 어린 아이들이 학문의 길에 들어가는 첫 표지요,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중요한 공업일 것이니, 어찌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 蒙 : ‘아이’다.

 

 

若夫敬身一篇/儘覺緊切//蓋嘗論之/敬者/聖學之所以成始成終/徹上徹下/而敬怠之間/吉凶立判

그런데 「敬身」 한 편은 이치를 지극하게 풀어 내어, [내용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한 번 논해 보자면, 아마도 경(敬)이라는 것은 학문을 이루는 데 시작과 끝을 이루고, 위, 아래와 통하는 바이다. 그러니 성실하게 하는지, 게으르게 구는지에 따라, 잘될지, 못될지가 바로 판가름이 나고 마는 것이다.

** 徹 : ‘통하다’는 말이다.

** 敬 : 본래 ‘공경하다’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신실하다’처럼 사용되고 있다.

** 立 : ‘곧장’, ‘즉시’라는 뜻이다.

 

 

是以武王踐阼之初/師尙父之所以惓惓陳戒者/不越乎是

이러한 까닭에, 무왕이 처음 왕위에 올랐을 때, 사상보가 간절하게 경계할 일을 늘어 놓았으니, 이 까닭이 상기한 뜻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師尙父 : ‘太公’을 이른다.

 

 

學者誠有味于斯/動靜必於敬/造次必於敬/收吾出入之心/立吾正大之本/今日下一功/明日做一事/於不知不覺之中/靈臺泰然/表裏洞徹/則進乎大學/所謂修身齊家治國平天下之道/特一擧而措之矣

공부하는 사람들은 진정 이 점에 맛을 들여서, 행동할 때도 반드시 경(敬)하게 해야 할 것이요, 잠시 동안에라도 반드시 경(敬)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오가는 마음을 바로잡고, 자신의 올바른 근본을 세우며, 오늘 안에 공업을 하나 세우고, 내일은 [또] 하나의 일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깨닫지도,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마음은 태평해질 것이요, [자신의] 안팎이 명철해질 것이니, 「大學」에서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라고 한 도리로 나아가, 다만 한 번 이행하여도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 收 : ‘거두다’, ‘정제하다’, ‘정리하다’는 말이다.

** 正大 : ‘올바르다’는 말이다.

** 靈臺 : ‘마음’이다.

** 措 : ‘처리하다’, ‘조치하다’는 말이다.

 

 

其於風化/烏可少補云爾

그러한 이치가 [사람들의] 풍습이 교화되는 데에 조금밖에 도움이 안 되리라 어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 烏 : 의문사다.

 

 

歲在甲戌春正月哉生魄/序

갑술년 봄 정월 재생백에 서문을 짓다.

** 哉生魄 : 음력 16일을 이른다. 여기서 哉는 ‘비로소’라는 뜻이고, 魄은 ‘음의 기운’을 이른다. 보름이 지나면 달이 기울기 시작하니, 그래서 哉生魄이라고 한 것이다.

 

 

通政大夫兵曹參知臣李德成奉敎書

통정대부 병조참지 신 이덕성이 교지를 받들어 쓰다.

** 臣 : 자신을 낮추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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