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군왕 김주원(삼국사기 원성왕본기 중)

2020. 4. 28. 11:14삼국사기 이야기/신라본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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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나오는 지명들을 다음 지도를 통해 이해하시면 글을 한층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달마시안의 한국 고대 지도 링크

 

 

 

 

김지정의 난 중에 혜공왕과 그 와이프가 죽습니다. 김지정의 난을 진압한 것은 김양상과 김경신입니다. 혜공왕이 후사 없이 시해되고 왕위에 오른 것은 쿠데타의 주체였던 김양상(선덕왕)이었지만, 김양상도 후사 없이 1년도 못 채우고 죽어 버립니다.

 

선덕왕도 후사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유력 귀좇들이 왕위를 두고 싸우기 시작합니다.

 

1순위는 김주원이었습니다. 김주원은 위대한 무열왕의 7대손입니다.

 

2순위는 김경신이었습니다. 김경신은 김양상과 함께 김지정의 난을 '진압'했던 노태우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조정의 대세는 김주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덕왕 사후 여러 신하들은 김주원을 왕으로 옹립하길 바랐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及宣徳薨, 無子, 群臣議後, 欲立王之族子周元.(삼국사기 원성왕본기)

 

 

그런데 하늘이 김경신을 도운 것인지 때마침 경주에 비가 많이 왔습니다. 김주원의 집은 경주 북쪽 20리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 비 때문에 알천(경주 북천)을 건너지 못해 제 때 입궁하지 못했습니다.

 

 

周元宅於京北二十里, 㑹大雨, 閼川水漲, 周元不得渡.(삼국사기 원성왕본기)

 

 

삼국사기에는 이후에 나라 사람들이 김주원이 왕이 되기를 하늘이 바라지 않는 게 아닌가 했다는 말이 나오지만, 정황상 김경신이 이 틈을 타서 궁궐을 먼저 점거하고 왕이 됐다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 김경신이 바로 원성왕입니다.

 

사실 강이 넘쳤다는 이야기는 삼국유사에도 나오기 때문에 아마 정말 그랬던 것 같습니다.

 

 

未㡬宣徳王崩, 國人欲奉周元為王將迎入宫. 家在川北忽川漲不得渡. 王先入宫即位.(삼국유사 기이 원성왕대왕조)

 

 

 

정작 이후 김주원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삼국사기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삼국유사에는 김주원이 명주(영동 지방)로 가 살았다는 말이 나와 있죠.

 

 

上宰之徒衆皆來附之, 拜賀新登之主, 是為元聖大王. 諱敬信金武 盖厚夢之應也. 周元退居溟州.(삼국유사 기이 원성대왕조)

 

 

명주로 간 뒤 어떻게 됐는지는 또 안 나옵니다.ㅡㅡㅡ 다만 찾아 보니 명주군왕으로 ''해져 자손 대대로 명주에 살았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명주군왕이라는 말은 삼국사기에도, 삼국유사에도 안 나오길래 찾아 보니 엉뚱하게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옵니다.

 

 

신라 김주원(金周元) 태종왕(太宗王)의 손자이다. 당초에 선덕왕(宣德王)이 죽고 후사가 없으므로, 여러 신하가 정의태후(貞懿太后)의 교지를 받들어, 주원을 왕으로 세우려 하였다. 그러나 왕족 상대장등(上大長等) 경신(敬信)이 뭇사람을 위협하고, 먼저 궁에 들어가서 왕이 되었다. 주원은 화를 두려워하여 명주로 물러가고 서울에 가지 않았다. 2년 후에 주원을 명주군 왕으로 봉하고 명주 속현인 삼척근을어(斤乙於)울진(蔚珍) 등 고을을 떼어서 식읍으로 삼게 하였다. 자손이 인하여 부()를 관향(貫鄕)으로 하였다. 김종기(金宗基) 주원의 아들인데 대를 이어 왕이 되었다. 김정여(金貞茹) 종기의 아들이다. 비로소 조정에 벼슬하여 상대등(上大等)에 이르렀고, 명원공(溟源公)으로 봉함을 받았다. 김양(金陽) 정여의 아들이다. 김명(金明)의 반란 때에 신무왕(神武王)을 도와서 사직을 안정시켰다. 벼슬이 시중 겸 병부령(兵部令)에 이르렀고, 죽은 뒤에 명원군 왕으로 봉하게 되었다.(신증동국여지승람 권44 강원도 강릉대도호부 인물)

 

 

그런데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이조 전기인 1530년에야 나온 책입니다. 사기나 유사를 건너뛰고 1530년에 나온 책에야 명주군왕이라는 기록이 있다는 게 좀 의뭉스럽죠? 신라가 왕을 따로 봉했다는 말도 되게 이례적이고요. 그래서 제 생각엔 아마 김주원의 유명세가 전설로 내려오다가 명주군왕이라는 말로 정착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주원은 당대의 유명인사이기도 했고, 강릉김씨의 시조라고도 하니까요.

 

 

 

신라 말에 '순식'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명주장군이라고 해서 영동을 지배하면서 고려에 붙었던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김주원의 후손이라면, 김주원 때부터 김주원의 후손들이 명주를 지배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순식에 대해선 그냥 말만 들은 거라서 잘 모르겠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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