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 - 2 - 명륜 - 31 - 제의왈

2025. 5. 26. 12:29잡서/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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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서를 읽을 때는 아무 주석(특히 철학적 의미에 관한 주석)도 읽지 않고 원문 또는 번역문을 읽어 보길 추천드립니다. 저자의 의도도 있고, 주석자의 의도도 있겠으나,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느낌과 의견입니다. 아무 의견도 없이 남의 주석을 읽으면 그것은 주석자의 생각으로 자기 생각을 덧씌우는 것밖에 안 됩니다. 먼저 스스로 이해해 보길 추천드립니다.

 

* 《小學》은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했습니다. 공부하시는 데 참고하실 수는 있지만, 번역 결과를 무단으로 이용하실 수는 없습니다. 번역에 참고한 서적을 제가 밝혔듯이, 이 글의 내용을 참고해서 사용하실 때는 그 출처인 이 블로그를 반드시 밝히셔야 합니다.

 

* 원문은 학민문화사에서 나온 영인본을 참고하기도 하고, 또 동양고전종합DB에 업로드되어 있는 글을 참고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현토는 뺐습니다.

 

* 《小學》은 朱熹와 劉淸之가 여러 글들을 짜깁기하여 만든 책입니다. 필요할 때는 그 글의 원전에 대한 주석을 참고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한 만큼, 주석을 달 때 《莊子》나 《荀子》에서처럼 복잡한 방식은 가급적 피했습니다.

 

* 《小學》에는 여러 사람이 주석을 달았습니다. 何士信이 《小學集成》을, 吳訥이 《小學集解》를, 陳祚가 《小學集解正誤》를, 陳選이 《小學增註》를, 程愈가 《小學集說》을 지었습니다. 모두 明代 학자들입니다. 朝鮮의 李珥는 이 책들을 참고하여 《小學諸家集註》를 저술했습니다. 《小學諸家集註》에는 상기된 주석서들의 내용과, 李珥 본인의 의견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본 번역에서는 이 《小學諸家集註》를 번역합니다.

 

* 《괄호》는 책이나 문집 이름을 뜻합니다. 《논어》, 《장자》, 《순자》, 《한비자》, 《문선》처럼 사용하였습니다. 다른 판본을 표기할 때도 《괄호》를 사용하였습니다. 《足利本》처럼 표기하였습니다. 「괄호」는 단편 산문이나 시, 편 이름을 뜻합니다. 「학이」, 「위정」, 「벽옹」, 「子虛賦」처럼 표기하였습니다. ≪괄호≫는 옛날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표기할 수 없는 한자를 쓸 때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信이라면 ≪亻言≫처럼 표기했습니다.

 

* 《小學》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유형주와 상의한 것이 아주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잘 읽으셨다면, 혹은 유익하다면 공감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로그인 안 해도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2025년 5월 26일에 처음 작성되었습니다.

 

 

<明倫 31장>

 

 

<명륜 31장>

祭義曰/致齊於內/散齊於外//齊之日/思其居處/思其笑語/思其志意/思其所樂/思其所嗜//齊三日/乃見其所爲齊者

「祭義」에 이런 말이 있다. [제사를 지내기 전에는 재계한다.] 안으로는 치재(致齊)하고, 밖으로는 산재(散齊)한다. 재계하는 동안에는, 부모가 있었던 곳을 생각하고, 부모가 했던 농담을 생각하며, 부모가 품었던 뜻을 생각하고, 부모가 좋아했던 바를 생각하며, 부모가 즐겨 먹었던 음식을 생각한다. [이렇게] 재계한 지 사흘이 되면, 부모에 대한 마음이 깊어진다.

** 이 글에서는 제사를 지내기 전에 행하는 재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孔穎達은 此一節明祭前齊日之事, ‘이 한 절에서는 제사를 지내기 전에, 재계하는 날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 祭義曰 : 《禮記》 「祭義」에 나오는 말이다.

** 齊 : 齋와 같다. ‘정결하다’, ‘정결하게 하다’, ‘재계하다’는 뜻이다. 아마 이 齊는 ‘재’로 읽어야 할 듯하다.

** 致齊 : 마음 속으로 재계하는 일이다. 思其居處/思其笑語/思其志意/思其所樂/思其所嗜하는 일이 바로 致齊다. 鄭玄은 致齊/思此五者也, ‘致齊는 이 다섯 가지를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돌아가신 분이 살던 곳을 생각하고, 했던 농담을 생각하며, 품었던 뜻을 생각하고, 좋아했던 것을 생각하며, 즐겨 먹었던 음식을 생각하는 일이다.

** 散齊 : 외양적으로 재계하는 일이다. 鄭玄은 散齊/七日不御/不樂/不弔耳, ‘散齊란, 이례 동안 수레를 몰지 않고, 악기를 연주하지 않으며, 조문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樂은 ‘음악’으로 보고 번역하였다.

** 思其居處 등의 其 : 죽은 사람, 즉 제사의 대상을 가리킨다. 아마 ‘부모’의 제사라고 보아야 할 듯하다.

** 所樂과 所嗜 : 所樂은 아마 ‘좋아하던 것’, 所嗜는 아마 ‘좋아한 음식’을 이르는 말 같다. 鄭玄은 所嗜/素所欲飲食也, ‘所嗜는 생전에 먹거나 마시고 싶어 하였던 것이다’라고 하였다.

** 乃 : ‘~하면’이라는 말이다. 則과 같다.

** 見其所爲齊者 : 간단하게 해석하면, ‘자신이 재계를 행한 바를 본다’는 말로, 곧 죽은 ‘부모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爲는 ‘행하다’는 말이고, 見은 ‘보다’는 뜻이다. 나는 처음에 見을 ‘보다’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 자식이 부모를 그리워하여, 제사를 지내는 날에는 부모의 모습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는다는 말이 나온다. 따라서 이 見 역시 부모를 ‘보다’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자식이 부모의 제사를 준비하면서, 致齊와 散齊를 행하는데, 이렇게 하면서 ‘자신이 재계한 대상’, 즉 ‘부모’를 떠올리고, 그 모습이 보일 정도로 부모를 그리워하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곧 부모에 대한 생각이나 그리움이 더욱 깊어진다는 말과 같다. 鄭玄은 見所爲齊者/思之熟也, ‘見所爲齊者는 생각이 깊어진다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상식적인 풀이라고 하겠다. 孔穎達은 齊三日/乃見其所爲齊에 대해, 謂致齊思念其親/精意純熟/目想之若見其所爲齊之親也, ‘致齊하고 부모를 마음에 두다 보면, 마음이 깊어져, 눈으로 재계를 올린 부모가 보이는 것처럼 상상하게 된다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집설>

陳氏曰/齊之爲言齊也//所以齊不齊而致其齊也//致齊於內/若心不苟慮之類//散齊於外/若不飮酒/不茹葷之類//樂/好也//嗜/欲也

陳氏가 말했다. 齊는 재계하다는 뜻이다. 정결하지 않은 것들을 바로잡고, 재계를 지극히 하는 일이다. 안으로 致齊한다는 말은, 마음 속으로 구차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 따위를 이른다. 밖으로 散齊한다는 말은, 술을 마시지 않거나, 훈채를 먹지 않는 것 따위를 이른다. 樂은 좋아하다는 말이고, 嗜는 원했다는 말이다.

** 齊之爲言齊也 : 이 말은 동어 반복으로, 주석으로써 아무런 가치가 없다. 나는 言齊의 齊가 齋의 오기가 아닐까 의뭉스럽다. 이렇다고 가정하고 번역하였다.

** 葷 : ‘훈채’인데, 향이 센 식물을 이른다. 《莊子》 「人間世」에도, 顏回가 孔子에게 훈채를 먹지 않는 것이 재계가 아니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陳氏曰/五其字及所爲/皆指親而言

陳氏가 말했다. 다섯 번 나오는 其와, 所爲라는 표현은 모두 부모를 가리켜서 한 말이다.

 

 

<집성>

見所爲齊者/思之熟/若見其所爲齊之親也

見所爲齊란, 생각이 깊어졌다는 뜻으로, 자신이 재계를 행한 대상인 부모를 뵌 것처럼 느낀다는 말이다.

** 若見其所의 見 : ‘뵙다’, ‘만나다’는 말이다. ‘현’이라고 읽는다.

 

 

 

 

<명륜 31장>

祭之日/入室/僾然必有見乎其位//周還出戶/肅然必有聞乎其容聲//出戶而聽/愾然必有聞乎其嘆息之聲

[그렇게 열심히 부모를 생각하며 재계하고서] 제사를 지내는 날에 묘실에 들어 가면, 어렴풋이나마 부모가 서 있는 모습을 보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요, 두루 돌아 보고 지게문을 나서면, 고요하게나마 부모가 거동하는 소리를 듣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요, 지게문을 나와서 [또] 들어 보면, 숨소리나마 부모가 탄식하는 소리를 듣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로다.

** 室 : ‘廟室’을 이른다. 사당의 일종이다.

** 僾然 : 아마 ‘어렴풋하다’는 말 같다.

** 有 : ‘있다’는 말이다. ‘~한 바가 있다’처럼 해석된다.

** 乎 : 이 글에 나오는 乎들은 ‘~를’처럼 해석하는 편이 좋겠다.

** 其 : ‘부모’를 가리킨다.

** 位 : ‘자리에 있다’, ‘신위에 있다’처럼 할 수도 있고, 立으로 보고 ‘서 있다’처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서 있다’처럼 해석하였다.

** 戶 : ‘지게문’이다. 문의 일종이다.

** 肅然 : 아마 ‘고요하다’는 말 같다.

** 容聲 : ‘거동하면서 내는 소리’를 이른다. 움직이면서 내는 잡다한 소리다.

** 愾然 : 아마 ‘숨소리’를 뜻하는 듯한데, 분명히는 모르겠다.

 

 

<집해>

陳氏曰/入室/入廟室也//僾然/彷彿之貌//見乎其位/如見親之在神位也//周旋出戶/謂薦俎酌獻之時/行步周旋之間/或自戶內而出也//肅然/儆惕之貌//容聲/擧動容止之聲也//愾然/太息之聲也

陳氏가 말했다. 入室이란, 廟室에 들어 간다는 뜻이다. 僾然이란 어렴풋한 모습이다, 見乎其位란, 부모가 神位에 있는 것을 본 것처럼 느낀다는 뜻이다. 周旋出戶란, 제기를 올리고, 술을 올릴 때, 이리저리 다니다가, 지게문 안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肅然이란, 조심하는 모습이다. 容聲은 거동하거나 움직이는 소리를 뜻한다. 愾然은 한숨 소리다.

 

 

 

 

<명륜 31장>

是故/先王之孝也/色不忘乎目/聲不絶乎耳/心志嗜欲不忘乎心//致愛則存/致慤則著/著存不忘乎心/夫安得不敬乎

이러한 까닭에, 선왕의 효도를 살펴 보면, [부모의] 안색은 [자기] 눈에서 잊혀지지 않았고, [부모의] 목소리는 귀에서 끊어지지 않았으며, [부모의] 뜻과 좋아하던 것들은 [자기]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선왕은 이처럼 부모를] 지극하게 사랑하였으니 [마음 속에] 남았고, [부모에게] 지극하게 신실하였으니, [밖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선왕은 부모에 대한 마음이] 남고, [또] 드러나, [선왕의]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부모가 죽은 뒤에도] 선왕이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 先王之孝也 : 之는 관형격 조사고, 也는 者와 같다. 직역하면 ‘선왕의 효도라는 것은’, 혹은 ‘선왕의 효도는’처럼 볼 수 있겠다. 나는 의역하였다.

** 色, 聲, 心志, 嗜欲 : 모두 죽은 부모에 대한 표현이다. 예를 들어 心志는 죽은 부모의 ‘뜻’이다.

** 乎 : ‘~에서’처럼 해석된다. 於와 같다.

** 目, 耳, 心 : 모두 先王, 즉 자식에 대한 표현이다. 예를 들어 心은 先王의 ‘마음’이다.

** 致 : 아마 ‘지극하게’라는 말 같다.

** 慤 : ‘성실하다’, ‘신실하다’는 말이다.

** 夫 : 是와 같다. 아마 先王을 가리키는 말 같다. 문단이 처음 시작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발어사로 볼 수는 없을 듯하다.

** 安 : 의문사다. 何, 奚와 같다.

** 敬 : 부모가 죽은 뒤에도 ‘공경하다’는 말인 듯하다.

 

 

<집해>

陳氏曰/致愛/極其愛親之心也//致慤/極其敬親之誠也//存/以上文三者不忘而言//著/以上文見乎其位以下三者而言

陳氏가 말했다. 致愛란,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극하게 하였다는 뜻이다. 致慤이란, 부모를 공경하는 정성을 지극하게 하였다는 뜻이다. 存은, 앞의 글에서, 세 가지를 잊지 않았다고 하였는데, 이를 표현한 말이다. 著는 앞의 글 중, 見乎其位 이하의 세 가지를 표현한 말이다.

** 存과 著에 대한 주석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오>

輔氏曰/人之行莫大於孝//先王能存此心/故/父母之容色/自不忘乎目/父母之聲音/自不忘乎耳/父母之心志嗜欲/自不忘乎心/固非勉强所能然也/亦致吾心之愛敬而已//故曰/致愛則存/致慤則著///著存不忘/則洋洋如在/夫安得不敬乎

輔氏가 말했다. 사람이 하는 행동 중에서 효도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런데 先王은 효심을 자기 내면에 보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부모의 얼굴도 그 눈에서 자연스레 잊혀지지 않았고, 부모의 목소리도 그 귀에서 자연스레 잊혀지지 않았으며, 부모의 뜻이나 좋아하던 것들도 그 마음에서 자연스레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진정 노력해서 그렇게 된 바가 아니라, 다만, 자기 마음으로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하였던 태도를 지극하게 하였기 때문일 따름이다. 그래서 “지극하게 사랑하여 남았고, 지극하게 신실하여 드러났다”라고 한 것이다.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드러나고, 남아 있으며, 사라지지 않으면, 부모가 분명히 살아 있는 듯할 것이니, 先王이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 自 : ‘저절로’, ‘자연스레’라고 보는 편이 좋겠다. 뒤에 나오는 勉强과 대비되는 표현이다.

** 亦 : ‘다만’처럼 해석된다.

** 洋洋 : 본래 ‘넓다’, ‘크다’는 말인데, 여기서는 ‘분명하다’는 의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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