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1. 09:43ㆍ잡서/소학
* 철학서를 읽을 때는 아무 주석(특히 철학적 의미에 관한 주석)도 읽지 않고 원문 또는 번역문을 읽어 보길 추천드립니다. 저자의 의도도 있고, 주석자의 의도도 있겠으나,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느낌과 의견입니다. 아무 의견도 없이 남의 주석을 읽으면 그것은 주석자의 생각으로 자기 생각을 덧씌우는 것밖에 안 됩니다. 먼저 스스로 이해해 보길 추천드립니다.
* 《小學》은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했습니다. 공부하시는 데 참고하실 수는 있지만, 번역 결과를 무단으로 이용하실 수는 없습니다. 번역에 참고한 서적을 제가 밝혔듯이, 이 글의 내용을 참고해서 사용하실 때는 그 출처인 이 블로그를 반드시 밝히셔야 합니다.
* 원문은 학민문화사에서 나온 영인본을 참고하기도 하고, 또 동양고전종합DB에 업로드되어 있는 글을 참고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현토는 뺐습니다.
* 《小學》은 朱熹와 劉淸之가 여러 글들을 짜깁기하여 만든 책입니다. 필요할 때는 그 글의 원전에 대한 주석을 참고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한 만큼, 주석을 달 때 《莊子》나 《荀子》에서처럼 복잡한 방식은 가급적 피했습니다.
* 《小學》에는 여러 사람이 주석을 달았습니다. 何士信이 《小學集成》을, 吳訥이 《小學集解》를, 陳祚가 《小學集解正誤》를, 陳選이 《小學增註》를, 程愈가 《小學集說》을 지었습니다. 모두 明代 학자들입니다. 朝鮮의 李珥는 이 책들을 참고하여 《小學諸家集註》를 저술했습니다. 《小學諸家集註》에는 상기된 주석서들의 내용과, 李珥 본인의 의견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본 번역에서는 이 《小學諸家集註》를 번역합니다.
* 《괄호》는 책이나 문집 이름을 뜻합니다. 《논어》, 《장자》, 《순자》, 《한비자》, 《문선》처럼 사용하였습니다. 다른 판본을 표기할 때도 《괄호》를 사용하였습니다. 《足利本》처럼 표기하였습니다. 「괄호」는 단편 산문이나 시, 편 이름을 뜻합니다. 「학이」, 「위정」, 「벽옹」, 「子虛賦」처럼 표기하였습니다. ≪괄호≫는 옛날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표기할 수 없는 한자를 쓸 때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信이라면 ≪亻言≫처럼 표기했습니다.
* 《小學》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유형주와 상의한 것이 아주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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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25년 5월 11일에 처음 작성되었습니다.
<明倫 15장>
<명륜 15장>
禮記曰/父命呼/唯而不諾/手執業則投之/食在口則吐之/走而不趨
《禮記》에 이런 말이 있다. 부친이 명하여 부르면, [자식은] ‘예’라고 대답하지, ‘응’이라고 대답해서는 안 된다. 손에 일거리를 들고 있으면 그 일을 던져 버리고, 먹을 것이 입에 있으면 뱉어 버리며, 달려 가되, 종종 걸어서는 안 된다.
** 禮記曰 : 《禮記》 「玉藻」의 글이다.
** 業 : ‘일’이다.
** 趨 : ‘종종 걸어 가다’는 말이다. 조금 빨리 걷는 걸음을 이른다.
<집해>
應氏曰/唯諾/皆應也/而唯速於諾//走趨/皆步也/而走速於趨//投業/吐食/急趨父命也
應氏가 말했다. 唯와 諾은 모두 대답하는 말이다. 唯가 諾 보다 빠른 대답이다. 走와 趨는 모두 달리다는 말이다. 走가 趨 보다 빨리 달리는 것이다. 投業과 吐食은 부친의 명에 급하게 달려 간다는 뜻이다.
** 步 : ‘달리다’처럼 해석하면 좋겠다.
<명륜 15장>
親老/出不易方/復不過時//親癠/色容不盛//此孝子之䟽節也
부모가 늙으면, 외출할 때 장소를 바꾸지 말 것이요, 돌아 올 때는 [부모와 약속한] 시간을 넘기지 말 것이다. 부모가 아프면, 표정이 풍성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효자가 지켜야 할 간소한 예절이다.
** 親 : ‘부모’를 이른다.
** 易 : ‘바꾸다’는 말이다. ‘역’이라고 읽는다.
** 方 : ‘방향’이나 ‘장소’라는 뜻이다.
** 復 : 反과 같다. ‘돌아 오다’는 말이다.
** 癠 : ‘앓다’, ‘아프다’는 말이다.
** 䟽 : 疏와 같다. ‘간소하다’는 뜻이다.
<집해>
易/改也//復/反也//時/歸期也
易은 고치다는 뜻이다. 復은 돌아 가다는 뜻이다. 時는 돌아 올 시간을 이른다.
陳氏曰/易方則恐召己而莫知所在也/過時則恐失期而貽親憂也//癠/病也
陳氏가 말했다. 장소를 바꾸면 자신을 부를 때 부모가 자기 소재를 알지 못할까 걱정하게 된다. 돌아 올 시간을 넘기면, 예정된 기한을 어겨서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게 된다. 癠는 아프다는 뜻이다.
** 貽 : ‘끼치다’는 말이다.
方氏曰/孝子之事親/豈必待老而後如是耶//蓋以親老者/尤不可不如是也
方氏가 말했다. 효자가 부모를 모실 때, 어찌 꼭 부모가 늙기를 기다려서, 그렇게 된 뒤에야 이렇게 하겠는가. 아마 부모가 늙으면 더욱 이렇게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말일 것이다.
** 이 말은, 부모가 늙어야 이 조항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그 전부터도 이 말들을 지켜야 하며, 부모가 늙은 뒤에는 더더욱 신경을 써서 이 말들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증주>
色容不盛/有憂色也
표정이 풍성하지 않은 까닭은 자식에게 걱정하는 기색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오>
自父命呼/至色容不盛五事/此皆孝子事親䟽略之節//必若孔子所謂身體髮膚/受之父母/不敢毁傷/立身行道/揚名後世/以顯父母/爲德之本者/斯爲至孝也
父命呼에서 色容不盛까지의 다섯 가지 사안들은 모두 효자가 부모를 모실 때 지켜야 할 소략한 예절들이다. 孔子가 ‘신체발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요, 입신하고, 출셋길을 걸어, 이름을 휘날리고, 후세에 남겨, 부모를 빛내야 한다’라고 한 것처럼, 꼭 이행해야 하니, 德의 근본이요, 지극한 효도라 할 수 있겠다.
** 受之父母의 之 : 之於, 之乎와 같다.
<명륜 15장>
父沒而不能讀父之書/手澤存焉爾//母沒而杯圈不能飮焉/口澤之氣存焉爾
부친이 죽으면 부친의 책을 읽기가 어려우니, [책에 부친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모친이 죽으면 잔이나 그릇을 가지고 먹고 마시기가 어려우니, [잔과 그릇에 모친의] 입이 닿은 기운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 沒 : ‘죽다’는 말이다.
** 不能 : ‘~하기 어렵다’처럼 해석된다. 陳氏는 不忍과 같다고 하였다.
** 手澤 : ‘손의 흔적’이다. ‘손길이 닿은 흔적’이라는 말일 것이다.
** 杯圈 : ‘잔과 그릇’이다. 杯은 ‘잔’이다. 圈는 ‘나무 그릇’이다. 陸德明은 圈/屈木所爲/謂卮匜之屬, ‘圈은 나무를 구부려서 만든 것으로, 卮나 匜라고 하는 부류다’라고 하였다.
<집설>
陳氏曰/不能/猶不忍也
陳氏가 말했다. 不能은 不忍과 같다.
<집해>
方氏曰/書/書冊也//君子執以誦習/故於父言之//杯圈/飮食器也//婦人/飮食是議/故於母言之//父母亡而澤存焉/有所不忍也
方氏가 말했다. 書는 서책이다. 君子는 책을 잡고 외운다. 그래서 부친에 대해 서책을 이야기한 것이다. 杯圈은 음식을 담는 그릇이다. 부인은 음식에 대해 논하니, 그래서 모친에 대해 그릇을 이야기한 것이다. 부모가 죽어도, 그 자취는 남아 있으니, 참지 못하는 것이다.
** 飮食是議의 是 : 아마 도치를 표현한 글자 같다. 飮食是議는 議飮食과 같다.
** 澤 : 아마 ‘자취’, ‘흔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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