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 - 2 - 명륜 - 6 - 예기왈

2025. 5. 9. 12:01잡서/소학

반응형

 

* 철학서를 읽을 때는 아무 주석(특히 철학적 의미에 관한 주석)도 읽지 않고 원문 또는 번역문을 읽어 보길 추천드립니다. 저자의 의도도 있고, 주석자의 의도도 있겠으나,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느낌과 의견입니다. 아무 의견도 없이 남의 주석을 읽으면 그것은 주석자의 생각으로 자기 생각을 덧씌우는 것밖에 안 됩니다. 먼저 스스로 이해해 보길 추천드립니다.

 

* 《小學》은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했습니다. 공부하시는 데 참고하실 수는 있지만, 번역 결과를 무단으로 이용하실 수는 없습니다. 번역에 참고한 서적을 제가 밝혔듯이, 이 글의 내용을 참고해서 사용하실 때는 그 출처인 이 블로그를 반드시 밝히셔야 합니다.

 

* 원문은 학민문화사에서 나온 영인본을 참고하기도 하고, 또 동양고전종합DB에 업로드되어 있는 글을 참고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현토는 뺐습니다.

 

* 《小學》은 朱熹와 劉淸之가 여러 글들을 짜깁기하여 만든 책입니다. 필요할 때는 그 글의 원전에 대한 주석을 참고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한 만큼, 주석을 달 때 《莊子》나 《荀子》에서처럼 복잡한 방식은 가급적 피했습니다.

 

* 《小學》에는 여러 사람이 주석을 달았습니다. 何士信이 《小學集成》을, 吳訥이 《小學集解》를, 陳祚가 《小學集解正誤》를, 陳選이 《小學增註》를, 程愈가 《小學集說》을 지었습니다. 모두 明代 학자들입니다. 朝鮮의 李珥는 이 책들을 참고하여 《小學諸家集註》를 저술했습니다. 《小學諸家集註》에는 상기된 주석서들의 내용과, 李珥 본인의 의견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본 번역에서는 이 《小學諸家集註》를 번역합니다.

 

* 《괄호》는 책이나 문집 이름을 뜻합니다. 《논어》, 《장자》, 《순자》, 《한비자》, 《문선》처럼 사용하였습니다. 다른 판본을 표기할 때도 《괄호》를 사용하였습니다. 《足利本》처럼 표기하였습니다. 「괄호」는 단편 산문이나 시, 편 이름을 뜻합니다. 「학이」, 「위정」, 「벽옹」, 「子虛賦」처럼 표기하였습니다. ≪괄호≫는 옛날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표기할 수 없는 한자를 쓸 때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信이라면 ≪亻言≫처럼 표기했습니다.

 

* 《小學》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유형주와 상의한 것이 아주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잘 읽으셨다면, 혹은 유익하다면 공감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로그인 안 해도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2025년 5월 9일에 처음 작성되었습니다.

 

 

<明倫 6장>

 

 

<명륜 6장>

禮記曰/孝子之有深愛者/必有和氣//有和氣者/必有愉色//有愉色者/必有婉容//孝子如執玉/如奉盈/洞洞屬屬然//如弗勝/如將失之//嚴威儼恪/非所以事親也

《禮記》에 이런 말이 있다. 효자가 [부모를] 깊이 사랑한다면, 꼭 화기(和氣)를 품고 있다. 그런데 화기(和氣)를 품고 있는 사람은, 꼭 유색(愉色)을 품고 있다. 그런데 유색(愉色)을 품고 있는 사람은, 꼭 완용(婉容)을 품고 있다. 효자는 옥을 잡고 있거나, [물이] 가득 찬 그릇을 받들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니, [이처럼] 성실하게 [부모에] 전념한다. [또, 효자는 부모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잃어 버릴 사람처럼 행동한다. 점잖을 빼거나, 의젓하게 구는 짓은 부모를 모시는 태도가 아니다.

** 禮記 : 《禮記》 「祭義」에 나오는 글이다.

** 和氣 : ‘온화한 기운’, ‘온화한 기색’이라는 말일 것이다.

** 愉色 : ‘즐거운 안색’이라는 말일 것이다.

** 婉容 : ‘순한 얼굴’이라는 뜻이다.

** 和氣, 愉色, 婉容은 모두 자식이 부모에게 거스르지 않는 태도를 뜻하고, 또 그래야 한다는 점을 뜻한다.

** 洞洞 : ‘성실한 태도’를 이르는 말 같다.

** 失之 : ‘부모를 잃다’는 말이다. 곧, ‘부모가 죽는다’는 말과 같다. 부모가 곧 죽을 것처럼 하루하루 소중하게 대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 嚴威 : 자기 ‘체면을 차리는 모습’을 이른다.

** 儼恪 : ‘의젓하게 굴다’는 뜻이다. 아마 엄숙한 태도를 이르는 말 같다. 儼은 ‘의젓하다’, 恪은 ‘공경하다’는 말이다.

** 嚴威儼恪을 부모에 대한 태도로 적합하지 않다고 한 까닭은, 아마 부모와 자식이 훨씬 더 가까운 사이여야 하기 때문일 듯하다. 예를 들어 嚴威儼恪은 군주에게 충성하는 태도로는 적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모와 군주가 같을까.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는, 점잖을 빼거나 의젓하게 행동하기에는 체면을 차릴 것도, 낯을 가릴 것도 없는 사이여야 한다.

 

 

<집해>

愉/和悅之貌//婉/順美之貌//盈/滿也//洞洞/質慤貌//屬屬/專一貌

愉는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婉은 순한 모습이다. 盈은 가득 차다는 뜻이다. 洞洞은 질박한 모습이다. 屬屬은 집중하는 모습이다.

 

 

<집설>

陳氏曰/勝/當也//言/敬親/常如執玉奉盈/惟恐不能承當/而且將覆墜也

陳氏가 말했다. 勝은 감당하다는 뜻이다. 이 말은 자식이 부모를 모실 때, 언제나 옥을 들고 있거나, 물이 들어 있는 그릇을 들고 있는 듯 행동하면서도, 다만 감당하지 못하거나, 또 나중에 그 자세를 견지하지 못할까를 걱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 承當 : ‘감당하다’는 말이다. 承은 ‘받아들이다’라는 의미로 보인다.

** 覆墜 : ‘태도를 바꾼다’는 뜻이다. 覆은 ‘뒤집다’는 말이고, 墜는 ‘떨어지다’, ‘무너지다’는 말이다.

 

 

陳氏曰/和氣/愉色/婉容/皆愛心之所發//如執玉/如奉盈/如弗勝/如將失之/皆敬心之所存//愛敬兼至/乃孝子之道//故嚴威儼恪/使人望而畏之/是成人之道/非孝子之道也

陳氏가 말했다. 온화한 기색, 즐거운 안색, 순한 얼굴은 모두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발현되는 바이다. 옥을 들고 있는 듯 하는 것, 그릇을 들고 있는 듯 하는 것, 감당하지 못할 것처럼 하는 것, 나중에 잃을 것처럼 하는 것은 모두 부모를 존경하는 마음에서 생겨나는 바이다. 부모를 사랑하는 태도와 존경하는 태도가 모두 지극한 것이야말로 효자의 도리다. 따라서 점잖을 빼거나, 의젓하게 행동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우러러 보고, 경외하게 하는 바이니, 이는 성인(成人)의 도리이지, 효자의 도리는 아니로다.

** 使人望而畏之의 之 : 아마 ‘자식’을 가리키는 말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