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1. 09:38ㆍ잡서/소학
* 철학서를 읽을 때는 아무 주석(특히 철학적 의미에 관한 주석)도 읽지 않고 원문 또는 번역문을 읽어 보길 추천드립니다. 저자의 의도도 있고, 주석자의 의도도 있겠으나,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느낌과 의견입니다. 아무 의견도 없이 남의 주석을 읽으면 그것은 주석자의 생각으로 자기 생각을 덧씌우는 것밖에 안 됩니다. 먼저 스스로 이해해 보길 추천드립니다.
* 《小學》은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했습니다. 공부하시는 데 참고하실 수는 있지만, 번역 결과를 무단으로 이용하실 수는 없습니다. 번역에 참고한 서적을 제가 밝혔듯이, 이 글의 내용을 참고해서 사용하실 때는 그 출처인 이 블로그를 반드시 밝히셔야 합니다.
* 원문은 학민문화사에서 나온 영인본을 참고하기도 하고, 또 동양고전종합DB에 업로드되어 있는 글을 참고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현토는 뺐습니다.
* 《小學》은 朱熹와 劉淸之가 여러 글들을 짜깁기하여 만든 책입니다. 필요할 때는 그 글의 원전에 대한 주석을 참고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한 만큼, 주석을 달 때 《莊子》나 《荀子》에서처럼 복잡한 방식은 가급적 피했습니다.
* 《小學》에는 여러 사람이 주석을 달았습니다. 何士信이 《小學集成》을, 吳訥이 《小學集解》를, 陳祚가 《小學集解正誤》를, 陳選이 《小學增註》를, 程愈가 《小學集說》을 지었습니다. 모두 明代 학자들입니다. 朝鮮의 李珥는 이 책들을 참고하여 《小學諸家集註》를 저술했습니다. 《小學諸家集註》에는 상기된 주석서들의 내용과, 李珥 본인의 의견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본 번역에서는 이 《小學諸家集註》를 번역합니다.
* 《괄호》는 책이나 문집 이름을 뜻합니다. 《논어》, 《장자》, 《순자》, 《한비자》, 《문선》처럼 사용하였습니다. 다른 판본을 표기할 때도 《괄호》를 사용하였습니다. 《足利本》처럼 표기하였습니다. 「괄호」는 단편 산문이나 시, 편 이름을 뜻합니다. 「학이」, 「위정」, 「벽옹」, 「子虛賦」처럼 표기하였습니다. ≪괄호≫는 옛날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표기할 수 없는 한자를 쓸 때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信이라면 ≪亻言≫처럼 표기했습니다.
* 《小學》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유형주와 상의한 것이 아주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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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25년 5월 11일에 처음 작성되었습니다.
<明倫 11장>
<명륜 11장>
內則曰/子婦孝者敬者/父母舅姑之命/勿逆勿怠
「內則」에 이런 말이 있다. 자식이나 며느리는 효성스럽고 공경스러워야 하니, 부모나 시부모가 명을 내리면, 거스르지도, 게을리 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 內則曰 : 《禮記》 「內則」에 나오는 말이다.
<집성>
方氏曰/惟孝/故能於命勿逆//惟敬/故能於命勿怠//勿逆則以順受之//勿怠則以勤行之
方氏가 말했다. 오직 효성스러워야 하니, 명령을 거스르지 않을 수 있는 법이요, 오직 공경스러워야 하니, 명령에 나태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이다.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순종하여 명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요,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열심히 이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 故能於命勿逆 : 能과 勿은 어울리지 않는다. ‘명을 거스르지 말 수 있다’는 말이 말이 되겠는가. 나는 不처럼 보고 번역하였다. 뒤의 句도 마찬가지다.
** 勿逆則以順受之와 勿怠則以勤行之의 則 : 則은 之와 같다. 주격 조사다.
<명륜 11장>
若飮食之/雖不嗜/必嘗而待//加之衣服/雖不欲/必服而待
[어른이 음식을] 먹거나 마시게 할 때에는 [자식이 그 음식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꼭 맛을 보고 [다른 명을] 기다려야 하고, [어른이] 옷을 입어 보라고 할 때에는 [자식이 그 옷을] 입고 싶지 않더라도 꼭 입은 뒤에 [다른 명을] 기다려야 한다.
** 飮食 : ‘먹고 마시다’가 아니라, ‘먹거나 마시게 하다’는 말이다. 어른이 자식이나 며느리에게 음식을 ‘먹게 하다’는 뜻이다.
** 若飮食之의 之 : 아마 ‘자식이나 며느리’를 가리키는 말 같다.
** 嗜 : ‘좋다하다’, ‘즐기다’는 말이다.
** 待 : 아마 다른 명을 ‘기다리다’는 말 같다.
** 加之衣服 : 아마 ‘之에게 衣服을 加하다’라는 뜻으로, ‘자식이나 며느리에게 옷을 입어 보게 하다’는 말 같다. 之는 ‘자식이나 며느리’를 이른다. 衣服은 ‘옷’을 이른다. 加는 아마 ‘입히다’는 말일 것이다. 용언 바로 뒤에는 보통 목적어가 오는데, 加는 ‘~에게’에 해당하는 말이 바로 뒤에 오는 모양이다. ‘~를’에 해당하는 목적어는 또 그 뒤에 오는 것 같다.
<집해>
言/尊者以飮食衣服與己/心雖不好/必且嘗之著之/待尊者察己不好而改命焉/然後置之也
이런 뜻이다. 어른이 음식이나 옷을 자신에게 준다면, 마음 속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없더라도, 꼭 [먼저] 먹거나 입어 보고서, 어른이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살펴서 알고, [먹거나 입어 보라고 하였던] 명을 바꾸기를 기다린 뒤에, 바뀐 명을 따라야 한다.
** 與己의 與 : ‘주다’, ‘수여하다’는 말이다.
** 著之의 著 : 옷을 ‘입다’는 말일 것이다. 著는 본래 ‘부착하다’, ‘붙이다’는 뜻이다.
** 待尊者察己不好而改命焉의 待 : ‘기다리다’는 말로, 改命을 받는다.
** 置之의 置 : 아마 ‘그대로 따른다’ 따위의 표현 같다. 置는 본래 ‘내버려 두다’는 말이다.
<명륜 11장>
加之事/人代之/己雖不欲 姑與之 而姑使之 而後復之
[어른이] 자신에게 일을 주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그 일을 맡겼을 때, [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일단 일을 넘겨 주고, [그 사람에게] 하게 하며, [나중에] 돌려 받는다.
** 加之事 : ‘之에게 事를 加하다’는 말이다. 之는 ‘자식과 며느리’를 이른다. 加는 아마 일을 ‘주다’, ‘내리다’는 말 같다.
** 代之의 之 : ‘일’을 가리킨다. 姑與之의 之와 姑使之의 之, 後復之의 之도 그렇다.
** 姑 : ‘일단’, ‘우선’처럼 해석된다.
** 復 : ‘되돌려 받다’는 말이다. 復은 본래 ‘회복하다’는 뜻이다.
<집해>
陳氏曰/尊者任之以事/而己旣爲之矣/或念其勞/又使他人代之/己雖不以爲勞而不欲其代/然必順尊者之意而姑與之//若慮其爲之不如己意/姑敎使之/及其果不能而後/己復爲之也
陳氏가 말했다. 어른이 일을 맡겼을 때, 자신이 이미 하고 있는데도, [어른이] 간혹 젊은이가 고생할까 걱정하여 또 다른 사람에게 그 일을 대신하게 할 때가 있다. 이 때는 자신이 이 일을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겨 주고 싶지 않더라도, 꼭 어른의 말을 따라 우선 일을 넘겨 주어야 한다. 만약 그 사람이 일을 처리하는 꼴이 자기 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우선 가르쳐서 일을 처리하게 하여야 할 것이요, 그 사람이 진정 일을 처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뒤에야 자신이 다시 그 일을 처리해야 한다.
** 己復爲之也의 復 : ‘다시’라는 말이다. ‘부’라고 읽는다.
愚按/人子於是數者/豈過爲矯情飾僞哉//蓋委曲以行其意/而求無拂乎親之心也
내 생각은 이렇다. 이런 몇 가지 상황에 대해, 자식이 [부모에게] 어떻게 자기 마음을 지나치게 꾸미거나 거짓말을 해 대겠는가. 대체적으로는 세세하게 신경을 쓰면서 자기 뜻을 행하고, 이렇게 부모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 是數者 : 이 章에 제시된 상황들을 가리키는 표현 같다.
** 矯情 : ‘마음을 누르다’, ‘마음을 숨기다’는 말이다. 矯는 ‘억제하다’는 말이다.
** 飾僞 : ‘거짓말하다’, ‘꾸며 대다’는 말이다.
** 이 장에 인용된 「內則」 내용에서는, 부모가 명을 내렸을 때, 자식이 그 명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할 수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자식이 어떻게 처신해야 옳을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주석을 쓴 사람은, 본질적으로 자식이 부모의 명을 마음에 들지 않아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존재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성리학자들이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태도가 대개 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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