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특수 용례 사전 - 3 - 勝 - 이겨내다, 감당하다, 감내하다
* 《한자 특수 용례 사전》은 저와 유자(柳子)가 한자가 주요하지 않은 의미로 사용된 사례를 정리한 글입니다. 예를 들어, 若은 '같다'는 말이고, 이 것이 주요한 의미입니다. 그러나 '따르다'는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고, '너'처럼 2인칭 대명사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 것이 주요하지 않은 의미입니다.
* 첫 부분에는 글자의 의미에 대해 대체적으로 설명해 두었습니다. 그 뒤에는 문헌들에서 글자가 그렇게 사용된 용례를 수록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저와 유자가 직접 그 글자를 사용해서 쓴 예문을 기재해 두었습니다.
* 선진 시대나 양한 시대 문헌들을 공부하는 분들은 한자가 주요하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를 많이 조우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분들께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용례를 찾을 때는 다음 한자 사전, 《강희자전》을 주로 이용하였고, 필요할 경우 선진 시대나 양한 시대 문헌들과 그 주석들을 직접 뒤졌습니다.
* 웹 데이터베이스로는 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中國哲學書電子化計劃, https://ctext.org/zh)을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 풀이
勝은 ‘이겨내다’, ‘감당하다’, ‘감내하다’는 말이다. 옛 글들에서 勝은 任으로 풀이되는 경우가 많다. 任은 본래 ‘맡다’는 말이지만, 이 경우에는 ‘감당하다’, ‘감내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勝 역시 ‘감당하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任이 ‘감당하다’처럼 풀이된다는 점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文選》에 수록되어 있는 王粲의 「登樓賦」에 孰憂思之可任, ‘누가 근심을 任할 수 있겠느냐’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李善은 杜預左氏傳注曰/任/當也, ‘《左氏傳》에 대한 杜預의 주석을 보면 任을 감당하다는 뜻이라고 해 놓았다’라고 하였다. 《左氏傳》은 《春秋左氏傳》이다. 그러면 李善이 인용한 글은 어느 부분일까. 《春秋左氏傳》 「僖公」 15년에 重怒難任/背天不祥/必歸晉君, ‘怒가 거듭되면 任하기 어렵고, 하늘을 배신하는 짓은 상서롭지 않으니, 반드시 晉君을 되돌려 보내야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에 대해 杜預는 任/當也, ‘任은 감당하다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莊子》 「大宗師」에 不任其聲, ‘자기가 내는 소리도 任하지 못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任 역시 ‘감당하다’라는 뜻이다. 즉, 勝은 任이라는 뜻이고, 任은 ‘감당하다’라는 뜻이니, 따라서 勝도 ‘감당하다’라고 해석될 것이다.
● 용례
ㄱ. 《說文解字》 「力部」에는 勝/任也, ‘勝은 任이라는 뜻이다’라는 말이 있다. 곧, ‘감당하다’는 뜻이다.
ㄴ. 《詩》 「小雅 祈父之什」의 「正月」에 靡人弗勝, ‘勝하지 못할 사람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勝은 ‘감당하다’라는 뜻이다.
ㄷ. 《韓非子》 「揚搉」에 枝大本小/將不勝春風/不勝春風/枝將害心, ‘가지가 크고 뿌리가 작으면, 나중에 봄바람조차 勝하지 못할 것이다. 봄바람을 勝하지 못하면, 가지가 心을 해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勝은 ‘감당하다’는 말이다.
ㄹ. 《莊子》 「人間世」에 名實者/聖人之所不能勝也/而況若乎, ‘名과 實은 聖人들도 勝하지 못했다. 그런데 하물며 너야 어떻겠느냐’라는 말이 있는데, 이 勝 역시 ‘감당하다’, ‘감내하다’는 말이다.
ㅁ. 《詩經》 「頌 商頌」의 「玄鳥」에 武丁孫子/武王靡不勝, ‘武丁은 자손인데, 武王의 유업에 대해 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었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勝에 대해 毛亨은 勝/任也, ‘勝은 감당하다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ㅂ. 《荀子》 「勸學」에 順者不可勝數也, ‘순조롭기가 헤아리기를 勝할 수 없을 정도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勝도 ‘감당하다’, ‘감내하다’는 말이다.
ㅅ. 《孟子》 「梁惠王 上」에 不違農時/穀不可勝食也//數罟不入洿池/魚鱉不可勝食也//斧斤以時入山林/材木不可勝用也//穀與魚鱉不可勝食/材木不可勝用, ‘농사철을 어기지 않으면, 곡식에 대해 먹기를 勝할 수가 없게 될 것이고, 촘촘한 그물을 웅덩이와 못에 넣지 못하게 하면, 고기와 자라에 대해 먹기를 勝할 수가 없게 될 것이며, 나뭇꾼들이 때에 맞게 숲에 들어가면, 재목에 대해 쓰기를 勝할 수 없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勝도 ‘감당하다’, ‘감내하다’는 말이다.
● 예문
ㄱ. 요즘 양파는 식욕을 감당할 수 없다.
今孃破不勝貪食之心也.
ㄴ. 유자는 쏟아지는 잠을 감당할 수 없었다.
柳子不得勝深寐也.
ㄷ. 양파가 위세를 부리자 멍멍이는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도망가 버렸다.
孃破示威/亡亡不勝之以亡也.
ㄹ. 초코가 사고를 쳤지만, 유자는 감내했다.
蜀虎起故/而柳子勝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