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 - 1 - 입교 - 6 - 순명설왈
* 철학서를 읽을 때는 아무 주석(특히 철학적 의미에 관한 주석)도 읽지 않고 원문 또는 번역문을 읽어 보길 추천드립니다. 저자의 의도도 있고, 주석자의 의도도 있겠으나,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느낌과 의견입니다. 아무 의견도 없이 남의 주석을 읽으면 그것은 주석자의 생각으로 자기 생각을 덧씌우는 것밖에 안 됩니다. 먼저 스스로 이해해 보길 추천드립니다.
* 《小學》은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했습니다. 공부하시는 데 참고하실 수는 있지만, 번역 결과를 무단으로 이용하실 수는 없습니다. 번역에 참고한 서적을 제가 밝혔듯이, 이 글의 내용을 참고해서 사용하실 때는 그 출처인 이 블로그를 반드시 밝히셔야 합니다.
* 원문은 학민문화사에서 나온 영인본을 참고하기도 하고, 또 동양고전종합DB에 업로드되어 있는 글을 참고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현토는 뺐습니다.
* 《小學》은 朱熹와 劉子澄이 여러 글들을 짜깁기하여 만든 책입니다. 필요할 때는 그 글의 원전에 대한 주석을 참고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한 만큼, 주석을 달 때 《莊子》나 《荀子》에서처럼 복잡한 방식은 가급적 피했습니다.
* 《小學》에는 여러 사람이 주석을 달았습니다. 何士信이 《小學集成》을, 吳訥이 《小學集解》를, 陳祚가 《小學集解正誤》를, 陳選이 《小學增註》를, 程愈가 《小學集說》을 지었습니다. 모두 明代 학자들입니다. 朝鮮의 李珥는 이 책들을 참고하여 《小學諸家集註》를 저술했습니다. 《小學諸家集註》에는 상기된 주석서들의 내용과, 李珥 본인의 의견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본 번역에서는 이 《小學諸家集註》를 번역합니다.
* 《괄호》는 책이나 문집 이름을 뜻합니다. 《논어》, 《장자》, 《순자》, 《한비자》, 《문선》처럼 사용하였습니다. 다른 판본을 표기할 때도 《괄호》를 사용하였습니다. 《足利本》처럼 표기하였습니다. 「괄호」는 단편 산문이나 시, 편 이름을 뜻합니다. 「학이」, 「위정」, 「벽옹」, 「子虛賦」처럼 표기하였습니다. ≪괄호≫는 옛날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표기할 수 없는 한자를 쓸 때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信이라면 ≪亻言≫처럼 표기했습니다.
* 《小學》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유형주와 상의한 것이 아주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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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25년 2월 26일에 처음 작성되었습니다.
<立敎 6장>
<입교 6장>
舜命契曰/百姓不親/五品不遜//汝作司徒/敬敷五敎/在寬
순(舜)이 설(契)에게 명을 내렸다. 백성들이 [서로] 친애하지 않고, 오품(五品)에도 순종하지 않는다. 너는 사도(司徒)가 되어서, 오교(五敎)를 삼가 펴되, 관대하게 하라.
** 舜命契曰 : 이 장 내용은 《書》 「虞書 舜典」에 있다. 그러나 글자가 모두 같지는 않다.
** 契 : 사람 이름이다. ‘설’이라고 읽는다.
** 五品 : 아마 ‘五倫’을 이르는 말 같다.
** 遜 : ‘따르다’, ‘좇다’는 말이다.
** 作 : ‘되다’는 말이다.
** 敷 : ‘펴다’는 말이다.
** 在 : 아마 ‘처하다’는 말 같다. 在寬은 ‘과대함에 처하라’는 말로, 곧 ‘태도를 관대하게 하라’는 말일 것이다.
<집설>
吳氏曰/舜/虞帝名//契/卽上章堯所命之臣也//五品/父子君臣夫婦長幼朋友五者之名位等級也//遜/順也//敬謂敬其事//敷/布也//五敎謂以上五者當然之理而爲敎令也
吳氏가 말했다. 舜은 虞帝의 이름이다. 契은 바로, 앞의 장에서 堯가 명령을 내렸던 신하다. 五品은 아버지와 아들, 군주와 신하, 부부, 어른과 아이, 친구 같은 다섯 가지 관계에서의 지위와 등급을 이른다. 遜은 따르다는 말이다. 敬은 그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라는 말이다. 敷는 펴다는 뜻이다. 五敎는 이상 다섯 가지 관계에서 당연하게 지켜져야 할 이치를 교령으로 만든 것을 이른다.
** 虞帝 : 虞는 舜의 나라 이름이다. 그래서 虞舜이라고 하기도 한다. 堯의 경우엔 나라 이름이 唐이었기 때문에 唐堯라고 하였다.
百姓不相親睦/五品不相遜順/故舜命契仍爲司徒/使之敬以敷敎/而又寬裕以待之也
백성들이 서로 화목하지 못하고, 五品에 대해서도 서로 따르지 않으니, 舜이 契에게 명을 내리고, 또 司徒가 되도록 하여, 契이 신중한 태도로 가르침을 펴게 하되, 또 관용적인 태도로 백성들을 대하게 한 것이다.
** 仍 : 아마 ‘거듭’, ‘또’라는 말 같다.
<입교 6장>
命夔曰/命汝典樂/敎冑子/直而溫/寬而栗/剛而無虐/簡而無傲//詩言志/歌永言/聲依永/律和聲//八音克諧/無相奪倫/神人以和
[순이 또] 기(夔)에게 명을 내렸다. 니가 음악을 관장하도록 명을 내린다. 주자들(冑子)을 가르치되, [주자들이] 올곧되 온건하게 하고, 관대하되 위엄 있게 하며, 굳세되 포악하지 않게 하고, 융통성이 있되 멋대로 굴지는 않도록 하라. 시(詩)는 뜻(志)을 말한(言) 것이요, 노래(歌)는 말을 노래한(永) 것이다. 소리(聲)는 노랫가락에 의지해서(依) 내는 것이요, 음률(律)은 소리를 조화시켜(和) 나오는 것이다. 팔음(八音)이 어우러질 수 있어서 서로 선율을 침범하지 않는다면, 신명과 인간이 이로써 조화를 이룰 것이다.
詩言志/歌永言/聲依永/律和聲/八音克諧/無相奪倫/神人以和
** 典 : ‘관장하다’는 말이다.
** 冑子 : ‘맏아들’을 이른다.
** 栗 : ‘위엄 있다’는 말이다.
** 簡 : 본래 ‘간략하다’는 말인데, 아마 융통성이 있는 모습을 이르는 듯하다.
** 傲 : ‘방자하다’는 말이다.
** 永 : ‘읊다’, ‘노래하다’는 말이다. 詠의 가차자다.
** 律 : ‘음률’이다.
** 八音 : 악기의 재질을 이른다. ‘금관악기’니, ‘목관악기’니 하는 것을 이른다.
** 克 : ‘~할 수 있다’는 말이다. 能과 같다.
** 諧 : ‘조화를 이루다’, ‘어우러지다’는 말이다.
** 倫 : 아마 ‘선율’이나 ‘박자’를 뜻하는 말 같다. 나는 ‘선율’로 보았다. 孔安國은 倫을 理라고 했다. 理는 무엇일가. 《禮記》 「樂記」에 樂者/通倫理者也, ‘樂이라는 것은 倫理가 通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鄭玄은 倫을 類와 같다고 하였고, 理는 分이라고 하였다. 分은 ‘나뉜다’, ‘구분되다’는 말이다. 음악은 소리를 구분해 둔 것인데, 그 방법에는 ‘선율’도 있고, ‘박자’도 있다.
** 以 : ‘이로써’라고 보았다. 是以와 같다.
<집해>
夔/舜臣名//冑/長也//冑子謂自天子至卿大夫之適子也//栗/莊敬也//無虐無傲二無字/與毋同//聲/五聲/宮商角徵羽也//律/十二律/黃鍾大簇姑洗蕤賓夷則無射陽律也/大呂夾鍾中呂林鍾南呂應鍾陰律也//八音/金石絲竹匏土革木也
夔는 舜의 신하 이름이다. 冑는 자라다는 뜻이다. 冑子는 천자에서부터 경, 대부에 이르기까지, 이 사람들의 嫡子를 이른다. 栗은 위엄 있다는 뜻이다. 無虐과 無傲에서의 無들은 毋와 같다. 聲은 五聲으로, 宮, 商, 角, 徵, 羽다. 律은 十二律로, 黃鍾, 大簇, 姑洗, 蕤賓, 夷則, 無射, 陽律과 大呂, 夾鍾, 中呂, 林鍾, 南呂, 應鍾, 陰律을 이른다. 八音은 쇠, 돌, 현, 대나무, 바가지, 흙, 가죽, 나무를 이른다.
** 絲 : ‘현’, ‘줄’을 이른다.
** 匏 : ‘바가지’다.
蔡氏曰/凡人直者/必不足於溫/故欲其溫/寬者必不足於栗/故欲其栗/所以慮其偏而輔翼之也//剛者必至於虐/故欲其無虐/簡者必至於傲/故欲其無傲/所以防其過而戒禁之也//敎冑子者/欲其如此/而其所以敎之之具則又專在於樂//盖樂可以養人中和之德而救其氣質之偏也//心之所之/謂之志//心有所之/必形於言/故曰詩言志//旣形於言/必有長短之節/故曰歌永言//旣有長短/則必有高下淸濁之殊/故曰聲依永//旣有長短淸濁/則又必以十二律和之/乃能成文而不亂/所謂律和聲也//人聲旣和/乃以其聲被之八音而爲樂/則無不諧協/而不相侵亂失其倫次/可以奏之朝廷/薦之郊廟/而神人以和矣//聖人作樂/以養情性/育人材/事神祗/和上下/其體用功效廣大深切//乃如此/今皆不復見矣/可勝歎哉
蔡氏가 말했다. 대저, 사람이 올곧으면 온화한 태도가 모자라기 마련이니, 온화하도록 가르치려 한 것이요, 너그러운 사람은 위엄이 모자라기 마련이므로, 위엄을 갖추도록 가르치려 한 것이니, 그리하여서 그 사람이 치우친 부분을 고려하여, 보완해 주었도다. 강직한 자는 [남을] 괴롭히게 되기 마련이니, 남을 괴롭히지 않도록 가르치려 한 것이요, 융통성이 있는 자는 멋대로 굴게 되기 마련이므로, 멋대로 하지 않도록 가르치려 한 것이니, 그리하여서 지나친 부분을 제어하여 경계시킨 것이로다. [舜은] 冑子를 가르칠 때 이렇게 하려고 하였는데, [생각해 보면] 舜이 胄子들을 가르칠 때 사용하라고 한 수단은 또 오직 음악에 있었을 따름이다. 대체로 음악은 사람에 대해 中和한 德을 성장시킬 수 있고, 치우친 氣質을 바로잡을 수 있다. 마음(心)이 가는 바를 지(志)라고 한다. 마음이 가는 바가 있다면, [이는] 분명 말로 표현된다. 그래서 詩言志라고 한 것이다. 말로 표현되었다면, 분명 길거나 짧은 박자가 생긴다. 그래서 歌永言이라고 한 것이다. 길거나 짧은 박자가 생겼다면, 분명 높낮이나, 청탁 같은 구분이 생긴다. 그래서 聲依永이라고 한 것이다. 높낮이나 청탁이 생겼다면, 또 분명 십이율(十二律)을 가지고 어우러뜨릴 수 있을 것인데, 그러면 형식을 갖추고, 흐트러지지 않을 수가 있다. 그래서 律和聲이라고 한 것이다. 사람의 소리(聲)가 어우러졌을 때, 그 소리에 팔음(八音)을 입혀서 음악을 만들면, 모두 조화를 이룰 것이니, 서로[의 선율을] 침범해서 곡조를 어그러뜨리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면 조정에서 연주할 수도 있을 것이요, 郊廟에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니, 그러면 신명과 인간이 이 덕분에 어우러질 것이로다. 聖人은 음악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情性을 길러 주고, 인재를 성장시켰으며, 신명을 섬기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조화시켰으니, 음악의 작용과 공적이 크고도, 깊도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지금은 전혀 다시 볼 수가 없으니, 탄식을 삼킬 수가 없다.
** 具 : ‘도구’다. 곧, ‘수단’, ‘방법’이다.
** 則又專在於樂의 則 : 주격 조사처럼 해석된다. 之와 같다.
** 旣有長短淸濁 : 문맥을 볼 때, 旣有高下淸濁의 오기로 보인다. 나는 旣有高下淸濁으로 보고 번역하였다.
** 文 : ‘형식’이다.
** 薦 : ‘올리다’는 말이다.
** 體用 : 아마 ‘작용’ 같다.